이 졸고를 쓰는데 대략 7개월이 걸렸다. 한양도성해설은 2013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4년째다. 그러니까 이 원고는 나의 도성해설을 다듬은 것이다.

도성해설을 하면서 나는 미처 몰랐던 조선사, 그 중에서도 조선근대사에 대하여 천착하게 되었고, 과거에 배웠던 조선사와 식민지시대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실감했다.

크로체(Benedetto Croce)가 일찍이 말한 바와 같이 ‘역사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보는 것’이지만, 카(E. H. Carr)가 설파했듯이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역사란 사실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므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의 이면을 통찰해야하고, 거기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지난 3년여 간 도성 인근뿐만 아니라 도성에서 다소 떨어진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본 해설기에서도 언급했듯이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의 상징이었다. 도성이 튼실했을 때는 국가 또한 태평성대였고, 왕업도 흥륭했다. 그러나 외침으로 왕조가 흔들리거나 취약했을 때는 도성 또한 무너지거나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 인왕산 자락 벽련봉 일명 기차바위

한양도성은 조선역사의 집약이다. 그것을 건설하고 재건하는데 감히 필설로 측량할 수없는 백성의 피와 땀과 눈물이 뿌려졌다. 그런 만큼 성돌 하나하나에는 애틋한 사연이 점철되었고, 망국의 비극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러나 광복 후 70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쓰라린 침탈의 역사는 우리들에게 잊히고 있다. 지금 나라 안팎의 사정이 한말과 유사하다. 이런 때 우리는 도성에 얽힌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새겨야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한겨레 이동구 부장과 나는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낙산에서부터 그 가파른 백악산과 목멱산과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땀으로 목욕한 나날이 부지기수였다. 「한겨레:온」에 연재를 시작한 후로는 친애하는 나의 동지 박효삼 부에디터와 김미경 주주통신원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없었다면 소기의 결실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동지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언젠가 책으로 상재되기를 고대한다.

▲ 인왕산으로 향하는 성곽길에서 

2016년 7월 30일 저자 씀

사진 제공 : 김미경 주주통신원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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